‘유전자 가위’ 등장 3년반, 생물·의학은 격동중

오철우 2016. 07. 20

※ 이 글은 한겨레 7월20일치 ‘사이언스온’ 지면(22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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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자르고 바꾸고 

‘유전자 가위’ 등장 3년반

생물·의학은 격동중



구촌의 수많은 연구물 중에서 언론매체에 알리고 싶은 성과들이 모이는 영문 보도자료 사이트가 있다. 이곳‘유레카 얼러트’(eurekalert.org)에서, 이미 ‘혁신적인 생물학 실험 기법’으로 알려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아래 용어설명 참조)에 관한 글을 검색해봤다. 그 응용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다양화하고 있었다. “망가진 유전자 교정해 질병 치료하기”, “더 빠르고 효율적인 생쥐 유전자 편집 기법”, “유전자 편집으로 바꾼 나비 날개의 무늬 패턴”….


“관련 논문들이 날마다 쏟아집니다. 지난해 수백 편 나온 걸로 보이는데 올해엔 천 편을 훨씬 넘겠죠.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험과 연구는 또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는 국내 최대 연구그룹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의 김진수 단장은 “생물학 기초연구에서, 임상시험, 질환 연구, 농작물 개발, 그리고 전에 없던 새로운 연구 주제까지, 놀라울 정도로 응용 분야의 폭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법의 탄생 이후, 불과 3년반 만에 달라진 풍경이다. 이젠 대중매체에서도 유전자 가위는 점차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크리스퍼 임상시험, 질병연구 활발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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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난치병 치료에 적용할 유전자 가위 기법에 쏠렸다. 지난달 미국국립보건원(NIH) 자문위원회는 유전자 가위로 편집해 원하는 유전 형질을 갖춘 면역세포를 만든 뒤 이를 암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려는 미국 연구진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시행된다면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 1호’다.


구상은 이렇다. 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 유전자를 체외에서 편집한다. 유전 형질이 바뀐 면역세포는 여러 환자들한테 면역거부 반응 없이 쓸 수 있는데다 암세포를 쉽게 찾아내 싸울 수 있어 면역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김 단장은 “본심인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도 통과하지 않았는데 큰 뉴스로 다뤄진 건 새 기법의 임상시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걸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임상시험은 승인 절차를 밟아 올해 안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시험은 앞으로 더 늘 것이다. 이미 여러 곳에서 임상 전 단계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희귀 실명증이나 에이즈 같은 난치병에 ‘유전자 수술’을 적용하는 전임상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 연구진은 에이즈 치료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전 방식에 비해 ‘더 값싸고, 빠르고, 정확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기에, 새 기법은 여러 질병 연구에도 빠르게 사용되고 있다. 연구 주제인 질병에 맞춘 실험용 모델동물은 이전보다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김 단장은 “예전엔 유전자 한두 개 기능을 탐색하는 연구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웠는데 이젠 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바꿔 살피고, 더욱이 인간 유전체(게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연구도 가능해져, 의료나 질병 연구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기초연구 활기…유전자 편집 동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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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연구자들이 이전에 좀체 하기 어려웠던 연구 주제로 나아가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모델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유전자를 연구하는 김준 서울대 대학원생(생명과학부)은 “유전자 하나를 다루는 일도 이전엔 매우 어려운 일이었는데 크리스퍼 등장 이후에 유전자를 켜고 끄거나 변형하는 조작 기법이 손쉬워져 전세계 연구실에선 이를 활용하려는 여러 경쟁적인 노력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마우스, 초파리, 선충 같은 전통적인 모델생물을 중심으로 이뤄진 연구에서 더 나아가 개별 생물종의 유전자를 다양한 주제로 다루는 연구물도 자주 등장한다. 최근만 해도,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알려지지 않은 나비 유전자들을 조작해, 유전자가 바뀔 때 나타나는 나비 형태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나비 날개의 무늬 패턴을 좌우하는 특정 유전자를 발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전자 편집 동식물의 출현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애완용으로 기를 만한 작은 돼지가 만들어졌고 얼룩무늬를 한 양이 개발됐으며 근육량이 두 배나 되는 슈퍼 돼지, 뿔을 없앤 소가 발표됐다. 이런 낯선 동물의 출현을 일러 ‘크리스퍼 동물원’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유전자 편집 농작물은 또다른 유전자 변형 농작물, 지엠오(GMO)일까? 연구자들은 다른 종의 외래 유전자를 집어넣어 만드는 지엠오와 달리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이식 없이 편집만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단장은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자르고서 사라지는 복합체를 사용하며, 내부 유전자에는 육종법과 구별되지 않는 변이를 만들기에 지엠오와는 원리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에선 농작물 세포 내 유전자에 외래 디엔에이가 삽입되지 않는다면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만들어진 동식물을 기존 지엠오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유전자 드라이브, 생물무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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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와 의학 분야에서 기대를 모으지만, 당장에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분야도 있다. 새로운 유행어가 된 ‘유전자 드라이브’는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말라리아나 지카 같은 질병의 병원체를 옮기는 모기 같은 생물종 전체의 유전자를 유전자 편집으로 바꾼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유전자 드라이브의 기본 구상이다. 표적이 되는 생물종에다 스스로 유전되어 작동하도록 ‘유전자 가위 유전자’를 넣어 후세대로 이어지게 하면, 세대를 거듭하며 생물종 전체의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생태계에 끼칠 영향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또한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반론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과학아카데미(NAS) 산하 위원회는 유전자 드라이브를 감염병 퇴치에 사용하는 것이 시기상조이며 엄격하고 제한된 야외시험과 환경영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유전자 가위를 악용한 ‘생물무기’의 출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한 칼럼은 유전자 가위가 생물무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국제 생물무기협약 논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생명과학과 의학계에 일으키는 혁신의 속도는 연구실 바깥에서 나타나는 관심과 논의의 속도를 한참 앞지르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생명윤리학회장을 지낸 전방욱 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는 “유전자 가위의 등장 이후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이슈들이 빠르고 폭넓게 등장하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나 입법화는 뒤처진 형편”이라며 “특히 인간 생식세포 대상 연구, 유전자 드라이브, 유전자 편집 작물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세계의 연구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크리스퍼 의학을 연구하는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는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실이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 지원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용어해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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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바이러스 공격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따와 만든 유전공학 기법입니다.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박테리아의 생존에 중대한 문제이고, 그래서 박테리아는 잘 짜인 면역체계를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켜왔습니다. 전에 침입한 적 있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 일부를 자신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에다 기록해두는 거죠. 마침 그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미 갖고 있는 염기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를 곧바로 식별합니다. 뒤이어 박테리아 안에선 이렇게 식별된 외부 침입자의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공격이 이뤄집니다. 이처럼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그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것이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기본 구성이지요. 박테리아의 이런 독특한 면역 시스템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라 부릅니다.

2013년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모형을 이용해 박테리아 안이 아니라 다른 생물 세포에서도 작동하는 크리스퍼/카스9을 개발했습니다. 당시 한국 연구진도 이런 발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를 기록해둔 ‘안내자 아르엔에이(RNA)’라는 분자와 △찾아낸 표적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분해효소 ‘카스9’ 분자, 이렇게 둘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 복합체를 만든 거죠. 이제 안내자 아르엔에이를 잘 설계해 카스9에다 붙이면 이 복합체는 세포핵 안에서 절단하려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 결합하고 이어 그곳을 절단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거나 증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잘라낸 유전자 염기서열 부분을 미리 준비해둔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해 유전자 기능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법을 써서 지식과 응용 분야를 넓히려는 여러 연구가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이런 연구 저런 발견]

‘박테리아 호기심’에서 시작된 크리스퍼 발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유전자 편집 기법이 널리 쓰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이후이지만, 본래 자연계에 있던 유전자 가위의 ‘자연 현상’이 발견된 건 20여년 전이었다. 첫 발견은 박테리아에 대한 일상적인 연구에서 비롯했다.

미국 생물학자 에릭 랜더(브로드연구소)가 정리해 생물학저널 <셀>에 발표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연구의 초기 역사를 보면, 이야기는 스페인 동부의 한적한 블랑카 해안에서 시작한다. 1980년대 말, 그 지역 대학교의 박사과정 학생이던 프란시스코 모히카는 강한 염분에 잘 견디는 해안가 박테리아 종의 유전체(게놈)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이 미생물의 디엔에이(DNA)에서 독특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구조를 발견했다. 교수가 되어 모교로 돌아온 모히카는 연구를 계속해 이런 구조가 다른 박테리아 종에도 있다는 걸 발견했지만 그 기능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이런 구조엔 ‘크리스퍼’(CRISPR,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염기서열의 무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크리스퍼 구조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가 중요한 물음이 되었으나 한동안 가설과 추측만 제시될 뿐 밝혀지진 못했다. 모히카는 다른 생물종의 방대한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에서, 박테리아의 반복 염기서열이 다름 아니라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과 일치함을 찾아냈다. 그는 크리스퍼가 박테리아의 면역체계와 관련돼 있으리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를 논문으로 써서 발표하고자 했다. 그러나 수난의 연속이었다. 논문은 2003년 11월 <네이처>에서 퇴짜를 맞고 다른 세 곳에서 거절되고서 2005년 1월에야 다른 생물학술지에 실릴 수 있었다.

다른 초기 연구는 프랑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이뤄졌다. 사담 후세인이 생물무기를 개발할지도 모른다는 당시의 우려에 대응해, 탄저균 등을 정밀 식별하는 기법을 연구하던 질 베르뇨도 모히카와 비슷한 결론을 얻었으나 그의 논문도 4차례 퇴짜를 맞고 2005년 4월에야 발표됐다.

주목받는 다른 주인공은 요구르트의 젖산균을 연구하던 프랑스 미생물학자 필리프 호르바트였다. 그는 박테리아의 독특한 반복 염기서열 구조가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응하는 면역체계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면역 과정에서 디엔에이를 자르는 분해효소인 ‘카스9’의 정체도 드러났다. 이어 여러 연구자의 노력이 모여, 박테리아의 크리스퍼가 카스9이라는 효소와 더불어 바이러스 침입에 대항하는 면역체계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자연계의 독특한 면역체계는 다시 여러 연구를 거치며 2013년 초, 박테리아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종의 유전자도 조절할 수 있는 유전공학 기법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크리스퍼의 초기 역사를 정리한 에릭 랜더는 “박테리아의 독특한 염기서열 구조에 대한 개인의 호기심, 생물무기에 대항하려는 군사적 대응, 요구르트 제품을 개량하려는 산업적인 요구라는 여러 연구 동기들”이 예기치 않은 큰 발견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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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출처 사이언스온 
http://scienceon.hani.co.kr/?act=dispMediaContent&mid=media&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CRISPR&document_srl=416242

연구가 활발히 되고 있는 유전자 가위 굉장히 전망이 좋은 연구 분야다
여러 관점에서 봤을 때 관련된 규제 법안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전자 모기로 멸종위기 새들 구한다

하와이 조류 말라리아로 엄청난 피해

현재 전 세계 여러 과학자들은 뎅기열, 지카, 그리고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질병의 확산 통제를 위해 유전자변형 모기의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 GM모기 전략은 원래 수년 전에 다른 목적으로 하와이 주정부의 한 공무원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관련 링크)

모기는 비단 사람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하와이는 조류 말라리아 바이러스로 인해 고유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원래 GM모기 전략은 바로 멸종 위기의 새들을 구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사진은 멸종 위기에 처한 하와이의 꿀먹이새인 아케케에의 모습.  ⓒ kauaiforestbirds.org

모기는 비단 사람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하와이는 조류 말라리아 바이러스로 인해 고유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원래 GM모기 전략은 바로 멸종 위기의 새들을 구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사진은 멸종 위기에 처한 하와이의 꿀먹이새인 아케케에의 모습. ⓒ kauaiforestbirds.org

원래 멸종위기의 새들을 구하기 위해 제안  

하와이 주정부와 과학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조류를 구하기 위해 GM모기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카우아이 삼림 조류 회복 프로젝트(KFBRP: Kauai Forest Bird Recovery Project)를 통해 남아있는 조류들을 보존하고, 또한 조류들이 직면한 모기 매개 질환을 없애기를 원하고 있다. 하와이 조류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조류 말라리아다. 과학자들이 GM모기 개발과 같은 유전공학을 동원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말하자면 조류 말라리아와 같은 모기에 의한 질병들이 새들을 무차별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나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찾는 지역인 카우아이에서는 지금까지 13종의 산림 조류 중 7종이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와이는 지리적으로 다른 대륙들과 멀리하고 있어 옛날부터 고유종이 대부분이었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새들은 우리의 귀한 보물이다. 그 새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라고 KFBRP를 이끌고 있는 리사 크램튼(Lisa Campton) 박사가 말했다.

크램튼 박사는 “모기에 의해 옮는 병, 특히 조류 말라리아가 하와이의 고립된 조류 종들을 위협하는 가장 커다란 대상”이라며 “GM모기와 같은 유전공학을 포함한 모든 보호 수단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멸종 위기는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에는 원래 모기라는 곤충이 없었다”

위도상으로 볼 때 열대지역이면서도 하와이에는 원래 모기는 물론 흡혈 파리들도 전혀 없었다. 모기가 유입된 것은 1826년의 일로 외국 선박에 의해서다. 사람이 아니라 조류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로 어떤 동물에 의해 물리지도 않았으며 모기 매개 질병도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150년이 지나면서 최소한 4개 종의 모기가 더 들어왔다. 또한 살쾡이 등 외래 종이 들어오면서 하와이의 토착 조류는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이후 고유의 조류 113종 중 71종이 멸종되었다. 그리고 남은 42종 중 약 75%가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카우아이 섬의 숲에 살던 조류 13종 가운데 이미 7종이 사라졌다. 그 가운데 5종은 1960년대 이후에 멸종되었다.

남은 6종 중 3종인 꿀먹이새인 아케케에(Akekee)와 아키키키(Akikiki), 그리고 작은 카우아이 개똥지빠귀인 푸아이오히(Puaiohi)는 개체수가 1000마리도 되지 않는다. 숫자만 봐도 위험성을 알 수 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와 질병으로 남아있는 몇 종들도 곧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과학계와 자연보호단체가 긴장하고 있다.

영국의 생명공학 기업 옥시텍의 공동 설립자로 GM모기를 처음으로 개발한 루크 알피는 현재 하와이 조류들을 감염시키는 모기 매개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그에 맞는 GM모기 개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 epo.org

영국의 생명공학 기업 옥시텍의 공동 설립자로 GM모기를 처음으로 개발한 루크 알피는 현재 하와이 조류들을 감염시키는 모기 매개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그에 맞는 GM모기 개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 epo.org

외래종 유입으로 “낙원이 실락원으로”

한편 영국 기업 옥시텍의 공동 설립자이며 최초로 GM모기를 개발한 루크 알피(Luke Alphey)는 몇 년 전 하와이 조류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현재 그는 퍼브라이트 연구소(Pirbright Institute)의 연구원들을 이끌며 하와이 조류에게 병을 옮기는 모기 종인 열대 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의 유전자변형을 연구 중에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하와이 전문가들과 토론한 결과 GM모기의 효과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고, 대중과 유관 기관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GM 모기는 강력한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문제를 크게 줄여 이 희귀한 새들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방법이 하와이에서 사용될 지 여부는 플로리다의 지카바이러스 모기와 관련 FD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달려 있다. FDA는 현재 옥시텍의 GM모기 현장 실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몽구스 도입했다가 엄청난 낭패를 본 경험 있어

그러나 하와이를 설득하는 문제는 쉽지가 않다. 하와이는 외부 종을 들여왔다가 그야말로 엄청난 낭패를 본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하와이의 쥐를 없애기 위해 몽구스를 들여온 적이 있다. 그러나 쥐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이 몽구스는 낮에 쥐가 아니라 조류를 잡아먹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M모기 전략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하와이의 희귀 조류를 구하는 최고의, 그리고 아마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행동이 없다면 그들은 중요한 새들을 전부 조류 말라리아 모기에게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출처 사이언스올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9C%A0%EC%A0%84%EC%9E%90-%EB%AA%A8%EA%B8%B0%EB%A1%9C-%EB%A9%B8%EC%A2%85%EC%9C%84%EA%B8%B0-%EC%83%88%EB%93%A4-%EA%B5%AC%ED%95%9C%EB%8B%A4&term_slug=2




중력파 100년만에 증명된 아인슈타인의 예언

2개의 블랙홀 충돌에서 나오는 중력파를 시뮬레이션 한 모습 <출처: Scientific ComputationEd SeidelAEI,NCSAVisualizationWerner BengerZIB/AEI/CCT/AHM>

2월 11일 오전 10시 30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 앞에 선 데이비드 라이츠 교수(캘리포니아 공대)는 한 단어 한 단어에 힘을 주며 중력파 검출을 선언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한 지 꼭 100년 만이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현상 중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숙제가 풀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중력파를 검출했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이 소식을 생중계했고, 전세계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이후 중력파 검출 뉴스는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 국내 현안을 모두 제치고 실시간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체 중력파가 무엇이기에 전세계가 들끓는 걸까. 중력파를 검출하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중력파의 정체와 발견의 의미, 그리고 발견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자.

이번 발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중력과 중력파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매순간 중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7세기에 아이작 뉴턴이 발표한 만유인력의 법칙은 중력에 관한 첫 번째 이론이다. 두 물체 사이에서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으로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질량의 곱에 비례해서 커지며, 둘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칙은 우리 일상에서 중력에 의해 벌어지는 모든 운동을 정확히 설명한다.

2016년 2월 11일 미국 워싱턴 D.C. 기자회견장에서 감격에 겨워 포옹하고 있는 라이고 설계자들. <출처 KathySvitil/Caltech>

뒤틀리고 흔들리는 시공간을 발견하다

뉴턴의 법칙은 중력을 물체와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기술한다. 하지만 이 힘이 어떤 방식으로 각각의 물체에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뉴턴의 중력은 강한 중력장이나 빛에 가까운 속도에서 잘 들어 맞지 않는다. 예컨대 질량이 지구의 33만 배가 넘는 태양과 수성의 운동을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기술하면, 수성이 태양 주위를 일정한 타원 모양의 궤도로 돌아야 한다. 그러나 관측 결과는 다르다. 수성의 근일점이 100년에 약 43초(1초는 각도 1°의 3600분의 1)씩 알 수 없는 이유로 움직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중력 법칙을 만들면서 세운 전제에 의심을 품었다. 뉴턴은 물체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은 물체의 존재와 관계 없이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대상이라고 봤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그게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지구와 우주에서 성립하는 중력 법칙인 일반상대성이론이 출발한다.

지금이야 빛의 속도가 누가 보든 같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사실이었다. 게다가 빛의 속도가 관측자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엄청난 가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과 지상에서 동시에 특정한 빛의 움직임을 관찰한다고 생각해 보자(아래 그림).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면 뭔가 혼란스러워진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속도로 이동했는데 관측자가 본 빛의 궤적은 다르다. 직선과 곡선이다. 이동한 거리가 달랐다는 말이 된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속운동(중력)이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

아인슈타인은 물체의 가속운동에 의해 빛이 이동하는 공간이 휘어지고, 시간도 느려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속운동은 중력에 의한 운동과 같은 의미라는 것도 깨달았다.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둥둥 떠다니던 사람은 우주선이 같은 가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면 지구에서와 똑같이 우주선에서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다. 즉, 질량(중력)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된다. 이 영향력이 거리에 따라 세기가 변하면서 다른 물체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다시 설명한 중력은, 바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을 휘게 만들면서 생기는 힘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원리를 담은 방정식을 계산해 수성의 근일점이 100년에 43초 움직인다는 답을 얻었다. 또 태양 정도의 질량이 되면 그 중력으로 시공간을 구부려서 빛의 경로를 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밝혔다. 실제로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9년 5월 29일 발생한 일식 전후의 별의 위치를 관측해서 빛의 경로가 휘어진 것을 확인했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태양이나 지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천체는 질량의 변화가 거의 없다. 따라서 중력은 물론 주변 시공간의 변화도 없다. 하지만 별이 폭발하는 현상인 초신성처럼 질량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중력이 요동친다. 질량의 분포가 시간에 따라 변하면서 시공간이 휘는 양상이 변하고, 그 양상의 변화가 공간을 따라 퍼진다. 마치 고요한 수면 위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주변 시공간을 뒤흔들며 중력의 변화(에너지)가 전파된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 이런 현상을 예측했고, 그것이 바로 지난 100년간 발견되지 않은 중력파다.

블랙홀 충돌, 지구의 시공간을 흔들다

블랙홀의 충돌

데이비드 라이츠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라이고(LIGO·The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Observatory) 관측소에서 2015년 9월 14일(현지 시간) 중력파를 포착했다. 그리고 이번 발표까지 수개월 동안 철저히 검증했다. 검출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지만 국제적으로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만큼 입단속이 쉽지 않았다. 이미 9월부터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중력파 검출과 관련한 루머가 떠돌았고, 올해 1월에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되기 시작했다. 공동연구팀에 포함된 14명의 한국 과학자들도 9월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오상훈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친한 친구가 물어봐도 답을 해줄 수 없어 괴로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은 떠돌던 소문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는 동안 발생한 중력파를 포착한 것이었다.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서 하나의 블랙홀을 만드는 현상 역시 이론적으로만 예측해 왔는데, 이번에 처음 실제로 관측했다. 연구팀은 두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태양 질량의 약 3배 정도에 달하는 질량이 에너지로 변해 중력파로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시공간의 요동이 잔물결처럼 변해 지구까지 이어졌고, 라이고 관측소가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현규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원의 에너지는 우주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감마선 폭발 현상에서 나오는 것보다 크다”며 “아마도 인류가 관측한, 빅뱅 이후 우주에서 발생한 가장 격렬한 사건들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력파 이미지 1

이제 중력으로 우주를 본다

중력파 관측이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폭은 획기적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이전까지 빛이라는 ‘한쪽 눈’만으로 우주를 봤다면, 이제 중력까지 포함해 ‘두 눈’으로 우주를 보게 되는 셈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약 400년 전 망원경을 발명한 뒤부터 인류가 우주를 관측해 온 수단은 전자기파가 유일했다. 우주의 천체로부터 나오는 가시광선과 엑스선, 감마선 등의 전자기파를 통해서만 우주를 볼 수 있었다. 전자기파가 나오지 않는 대상이나 영역은 관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블랙홀의 정체도 주변에 전자기파를 내뿜는 천체가 있을 때만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블랙홀의 경우 지금까지 그 외부(빛이 탈출할 수 있는 범위 밖)만을 간접적으로 관찰했다면, 이제는 전자기파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질량이나 자전여부 까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김정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구원은 “빛으로는 10년 정도 간접적인 관측을 해야만 블랙홀의 질량을 잴 수 있고, 그마저도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가 되는 거대 블랙홀만 가능하다”며 “중력파로는 태양 질량의 30~50배 정도의 (작은)블랙홀까지 발견할 수 있고, 관측과 동시에 질량 등의 특징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빛이 거의 나오지 않아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중성자별의 내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중성자별은 대부분 중성자로 이뤄져 있고, 쿼크와 파이온 등의 입자들이 일부 섞여 있다. 20km 안팎의 지름에 태양의 2배나 되는 질량을 담고 있을 정도로 밀도가 높은 무거운 별이다. 천문학자들은 두 개의 중성자별이 짝을 이뤄 돌다가 충돌할 때 나오는 중력파의 특징을 분석하면 별을 이루는 입자들의 구성 성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거운 별이 어떻게 생성되고 진화하는지를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력파를 검출한 검출기 중 하나인 라이고 리빙스톤<출처: aLIGO>

천문학계는 이번 성과를 ‘중력파 천문학’ 혹은 ‘멀티 메신저 천문학’의 문을 여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별에서 오는 중력파와 중성미자, 빛을 모두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제 지구상에서 인간이 만든 기계로 별의 내부와 외부를 다 볼 수 있 게 됐다”고 말했다.

초기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빅뱅으로부터 우주가 생겨난 뒤 38만 년까지의 시기는 우주 공간을 가득 채운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입자가 마치 모래바람이나 안개처럼 빛을 산란시켜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측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중력파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우주의 역사를 따라 지구까지 도달한다. 따라서 우주 초기에 생성된 입자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었는지 마치 세계지도를 그리듯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은하가 만들어지고, 우주가 현재의 모습이 됐는지를 알 수 있다.

우주 초기에 생긴 중력파는 진동수가 아주 작아서 그보다 높은 진동수 검출에 특화된 라이고 관측소에서는 측정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또 다른 연구팀이 남극에 설치된 ‘바이셉2’라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 초기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발표했으나, 얼마 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에 인공위성 세 개를 쏘아 올려서 우주 초기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e리사(eLIS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블랙홀 중력파 측정으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우주국(ESA)이 2015년 12월 3일 발사한 인공위성 리사 패스파인더의 모습. 우주에서 중력파를 검출할 리사 위성을 제작하기 위한 기술 점검용 위성이다. <출처: ESA-P. Sebirot, 2015>

이현규 교수는 중력파 발견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입자와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입자물리학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입자물리학에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인 중력과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이 우주 초기에 통합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표준모형’이라는 이름으로 중력을 뺀 나머지 세 힘을 통합적으로 기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만약 우주 초기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 힘의 통합과 관련된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우주의 95%를 채우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도 중력파로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다.

앞으로 더 많은 중력파 검출기가 만들어지면 인류는 우주를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된다. 라이고 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프랜스 코르도바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이제 새로운 창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과연 중력으로 본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또 앞으로 어떤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져 나올까. 이제부터 시작이다.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0&contents_id=111646&series_id=5282



+그리고 몇개월이 안되어서 두번째 중력파를 포착


‘블랙홀의 병합’ 두 번째 중력파 포착

오철우 2016. 06. 16

작년 12월 신호 분석 ‘중력파’ 판명

14억광년 날아온 중력장 파동 검출


※ 한겨레 지면에 실린 기사에다 내용을 보충하고 과학자 두 분의 일문일답을 함께 실었습니다.

GW151226_simulation.jpg» 태양 질량의 14배, 8배인 두 블랙홀이 휘돌며 가까워지다가 병합할 때 생성되는 중력장의 파동, 즉 중력파의 시뮬레이션 영상. 라이고 과학협력단 제공


14억 광년 거리를 날아온 중력파가 지상 관측소에서 사상 두 번째로 검출됐다.

00LIGO.jpg» 미국 핸포드와 리빙스톤에 있는 중력파 검출 시설 라이고(LIGO)의 전경(그림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과 검출 장치의 기본 설계도면(아래 왼쪽). 두 갈래로 쏜 빛이 반사돼 돌아올 때 생기는 간섭무늬를 정밀 관측하기 위한 두 팔 모양(ㄱ 자 모양)의 시설 구조가 눈에 두드러진다. 오른쪽 위 그림은 블랙홀 2개가 병합될 때 생기는 중력파의 확산을 그린 상상도이다.중력파를 관측하는 라이고(LIGO) 과학협력단과 비르고(Virgo) 연구단은 15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의 핸포드에 있는 쌍둥이 라이고 관측소 2곳에서 지난해 12월26일 새벽 3시38분 53초(국제표준시)에 관측된 파동 신호가 14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날아온 중력파(GW151226)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오류 가능성은 ‘300만 분의 1 확률’ 정도로, 분석의 신뢰수준은 매우 높다. 이번 검출은 지난해 9월14일 중력파(GW150914)의 첫 관측에 이은 두 번째로, 중력파 검출장치의 안정성을 보여준다. 검출 결과는 물리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보고됐다.


중력파는 거대 중력의 격동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중력장의 파동 또는 물결로서, 그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됐으나 지난해 첫 중력파 검출로 한 세기만에야 확인됐다. 중력파가 지나갈 때엔 시공간도 미세하게 변한다. 중력파가 지상의 4㎞ 길이 검출 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어나는 미세한 시공간의 변형을 정밀 측정하면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중력파도 두 블랙홀의 병합 사건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첫 중력파는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질량의 36배, 29배인 두 블랙홀이 빠르게 충돌, 병합할 때 생겨난 0.25초 신호였는데, 이번 중력파는 태양의 14배, 8배인 두 블랙홀이 병합해 태양 21배의 블랙홀이 되는 순간에 생성된 1초 간의 신호로 포착됐다. 질량이 클수록 병합 시간은 짧아진다. 이번 중력파의 파동 분석에선 두 블랙홀이 병합 순간에 55차례 공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고 협력단 쪽은 “우주에 얼마나 다양한 블랙홀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00GW151226.jpg» 두번째로 검출된 중력파 GW151226의 파형을 분석한 여러 자료들. 출처/ PRL 

[ 동영상 https://youtu.be/KwbXxzgAObU ]

[ 동영상 https://youtu.be/3pK5oenm5gw ]


협력단은 올 가을께 현재 검출장치의 감도를 더 높여 1.5~2배 넓은 우주 영역을 관측할 수 있게 되면 중성자별 병합이나 초신성 같은 다른 우주 사건도 관측될 것으로 기대했다. 라이고 협력단엔 한국 연구자 20여 명도 참여했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서울대 교수)은 “블랙홀 중력파가 훨씬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는데 두 번의 관측은 이런 예측을 확인해준다”면서 “중력파 천문학 시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국내에서도 본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력파 검출 관련, 사이언스온 글들]


 중력파 첫 관측 논문의 ‘그림1’에 대한 10000자 해설 [윤복원 | 2016. 02. 29]
 http://scienceon.hani.co.kr/374378


 중력파 대체 어떻게 검출했나?...‘라이고’ 원리 따라잡기 [윤복원 | 2016. 02. 17]

 http://scienceon.hani.co.kr/367176


 우주 탄생 비밀 풀 제3의 눈을 얻다 [오철우 | 2016. 02. 12]

 http://scienceon.hani.co.kr/365799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 ‘중력파 천문학’ 등장하나? [오철우 | 2016. 02. 11]

 http://scienceon.hani.co.kr/365375


 시민 다중참여, 중성자별 중력파 신호 찾아나서 [오철우 | 2016. 03. 14]

 http://scienceon.hani.co.kr/377693


 첫 검출 중력파 ‘GW150914’는 어디에서 날아왔나? [오철우 | 2016. 05. 06]

 http://scienceon.hani.co.kr/398326

[ 이번 중력파 검출 발표와 별개로 제작된 KISTI의 '블랙홀 충돌과 중력파 생성 시뮬레이션' 영상

  https://youtu.be/k-HDz-xIoEU ]



  참여 과학자 2인 일문일답 00LHM_OJK.jpg» 이형목 교수, 오정근 박사

 
 
 
 
[사이언스온] 첫 번째 검출은 사상 최초의 중력파 존재 확인이라는 의미 때문에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이번 두 번째 발견은 중력파 검출이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고 과학협력단 안에 자신감도 커질 테고요, 이런 생각은 어떠한지요? 이번 중력파 검출의 특별한 의미가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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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서울대 교수,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 “말씀하신 대로 최초의 발견이 물론 중요합니다만 후속 검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사람들이 의구심을 나타낼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노벨상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습니다만 아무래도 노벨위원회의 보수성 때문에 2차 검출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시상을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 후속 발견으로 인해 본격적인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확실합니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이제 중력파 검출이라는 초점에서 중력파를 통한 <관측>으로 방점이 옮겨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중력파의 존재와 검출은 되었으니 이를 이용한 과학적 발견이 중요한 것이지요. 사실 중력파 검출이라는 사실이 최초검출에서는 중요한 부분이었으나 이후 발견들은 이 수단을 이용해서 발견되는 천체와 천문현상, 그 안에 내재된 물리법칙을 찾아내는것이 더 중요한 화두일 것입니다. 첫 관측 가동(O1)의 4개월 간 90% 신뢰도 이상의 블랙홀 쌍성 충돌 2개의 관측은 이제 일상적인 수준의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러운 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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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검출된 파동 신호를 분석해서 두 블랙홀의 충돌과 병합 사건에 의해 생성된 중력파 파형이라는 결론이 얻어졌습니다. 첫번째 중력파 분석 당시에는 이런 결론을 90% 신뢰도로 도출했습니다. 이번 경우도 같은 신뢰도 수준에서 결론을 내린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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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최초 검출 데이터는 가짜 신호일 확률은 약 500만분의 1 정도였습니다. 이번 경우도 최대 약 300만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신뢰도는 큰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정근] “이번 신호도 역시 5 시그마 이상의 신뢰수준의 분석결과에서 결론이 내려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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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설명자료 중에 이번 중력파는 블랙홀의 질량이 저번 것보다 가벼워서 검출기의 민감한 주파수 대역에서 더 오랜 시간인 1초 동안 머물렀다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또 더 큰 질량의 블랙홀 중돌이었던 1차 검출에서는 중력파 신호가 불과 0.25초만 지속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충돌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파가 탐지되는 시간은 더 짧아지는 것인지요? 어찌보면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에 탐지 시간이 더 짧아진다고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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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현재 LIGO 검출기는 약 30Hz 에서 수천 Hz 사이에 민감합니다. 아주 낮은 저주파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고주파 영역의 중력파를 내다가 결국 충돌하면서 소멸하는데 충돌 직전의 주파수는 쌍성계를 이루는 천체의 질량에 반비례합니다. 최초 중력파원은 질량이 큰 블랙홀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약 250 Hz 정도의 주파수까지 내고 소멸했는데 이번에는 약 450Hz까지 관측이 되었습니다. 최종 병합 때 나오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라이고가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뜻입니다.” 
[오정근] “질량이 크면 최대 진폭 세기는 커집니다만 그 강한 중력으로 인하여 병합 과정까지 이르는 시간은 더 짧아지게 됩니다. 그것은 병합 단계에 도달해서 최종적으로 병합되는 시간 동안 공전하는 사이클에 해당하는데 이전 GW150914의 경우 약 10회였던 데 반해 이번에는 55회 회전 이후 병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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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블랙홀 충돌 외에 초신성 폭발과 같은 다른 천문학적 사건들의 중력파 검출은 좀더 어려운 것인지요? 성급하긴 하지만 두 번 다 블랙홀 충돌 사건에 의한 중력파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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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강한 중력파를 낼 수 있는 조건은 매우 일그러진 모양으로 회전하는 것입니다. 초신성은 혼자 폭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형으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초신성을 볼 수 있는 거리는 쌍성의 병합보다는 아주 가까운 10kpc 정도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거리 내에서는 초신성이 수백년에 하나 정도 폭발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관측 확률은 훨씬 낮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 은하에서 초신성 폭발이 없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멀지 않은 곳에서 하나쯤 터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정근] “그렇지 않습니다. 더 넓은 우주를 관찰하게 된다면 유사한 현상들도 관측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중성자별 쌍성계도 유망한 중력파원 중 하나입니다. 블랙홀 충돌에 대한 것이 자주 관측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형목 교수님을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예측한 바입니다. 그만큰 초기 우주에 생성된 블랙홀들이 풍부하고 병합 단계에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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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더 성능을 높여 올해 가을께 라이고가 2차 가동을 하면 관측영역이 1.5-2배 커진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러면, 중력파는 훨씬 더 자주 검출될 수 있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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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맞습니다. 더군다나 2차 가동 기간은 더 길 것이고 더 안정되기 때문에 효율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차 가동 때에는 전체 시간의 약 1/3 정도만 유효한 가동이었습니다만 2차 때는 50%까지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여러 효과를 모두 감안한다면 2차 가동에는 상당히 여러개의 중력파를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정근] “관측 성능이 높아지면 검출 확률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그만큼 넓은 우주를 관측하게 되면 중력파원의 수도 늘어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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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앞으로 더 많은 중력파 신호들이 수건, 수십건 등으로 포착될 터인데요, 다양한 경우의 중력파 검출이 쌓여 중력파 데이터베이스가 커진다면 그것이 천체물리학 연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겠지만, 일단 궁금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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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일단은 블랙홀의 질량 분포를 통계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초기 우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별 탄생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또 다른 측면에서 연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워낙 초보 단계라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전개될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이기는 합니다.”
[오정근] “이제 중력파를 이용한 망원경이 천체 관측의 또다른 수단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자기파로만 관측했으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중력파 관측을 통해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초신성이나 중성자별의 구조, 초기 우주, 강한 중력장에서의 현상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웨이브 배경복사처럼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운 중력파 지도를 만들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미래의 희망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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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두 번째 중력파 검출 성공을 거듭 축하 드립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출처 http://scienceon.hani.co.kr/?act=dispMediaContent&mid=media&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A4%91%EB%A0%A5%ED%8C%8C&document_srl=40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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