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전자공학이 발전하기 전 사람들은 기계를 이용하여 계산기를 설계하였다. 1642년 프랑스의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회계업무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톱니바퀴로 만든 계산기가 최초의 계산기로 인정받고 있으며, 1822년 영국의 수학자 찰스 배비지가 톱니바퀴와 기어를 이용한 차분기관(difference engine)을 설계하여 최초로 현대 컴퓨터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전자공학의 발전으로 진공관이 발명되자 사람들은 전자회로를 이용하여 컴퓨터를 제작하였다. 영국이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독일군의 암호화 통신을 해독하기 위해 진공관을 이용해 만든 콜로서스(Colossus) 컴퓨터가 프로그램이 가능한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로 인정받고 있다. 1947년 벨 연구소에서 최초로 트랜지스터를 제작한 이후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을 빠르게 대체하였으며, 반도체기술의 발전으로 현재 최신형 컴퓨터의 CPU에는 십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반도체 집적기술이 한계에 접근하면서,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새로운 연산소자를 사용하는 컴퓨터를 개발하였는데, 그 결과가 바로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가 아닌 원자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이다. 지금까지의 컴퓨터들이 정보를 1비트(bit)에 0과 1 둘 중 하나를 표현했던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1큐빗(qubit)이라 부르는 양자 비트에 0과 1 두 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즉 1큐빗은 0, 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고, 2큐빗은 00, 01, 10, 11로 2의 제곱의 정보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n개의 큐빗으로 2의 n제곱만큼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으므로 큐빗 수가 늘어날수록 훨씬 많은 정보량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양자역학의 힘이다.
19세기까지 물리학은 아이작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이 지배하고 있었다. 고전역학은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의 관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으로, 일상생활에서 야구공이나 자동차의 운동이나 별과 행성의 움직임 같은 천체물리학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원자, 전자처럼 매우 작은 물체에서의 움직임은 고전역학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매우 미세한 스케일에서의 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다.
원자가 회전축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 1을 나타낸다고 하고, 이를 뒤집어서 거꾸로 회전하면 0을 나타낸다고 가정했을 때, 원자가 오로지 이 두 가지 상태만 가능하다면 그저 원자크기의 아주 작은 하나의 트랜지스터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의하면 원자는 1과 0, 두 상태에 한꺼번에 있을 수 있다.
원자 하나를 구(sphere)라고 가정했을 때, 구 안의 화살표가 북쪽을 가리키면 1, 남쪽을 가리키면 0,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0과 1의 ‘중첩상태(superposition)’으로 표현한다. 즉 양자컴퓨터의 1큐빗은 여러 가지 상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큐빗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는 원자를 ‘관측(measurement)’했을 때 결정된다. 큐빗이 관측되었을 때 큐빗은 비로소 0과 1의 결과를 나타낸다. 이 결과는 화살표가 북쪽과 남쪽 중 어느 쪽을 더 가깝게 가리키고 있느냐를 바탕으로 ‘확률(probability)’에 기초하여 나타난다.
양자역학이 도입된 이후로, 원자가 상태를 확률에 기초하여 결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진지한 논쟁을 해왔다. 1927년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물체의 크기가 아주 작은 원자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물체의 상태는 확률에 의해 결정된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하였다. 뉴턴의 고전역학을 바탕으로 질서정연하고 예측가능한 당구공 같은 세상을 믿어왔던 물리학자들에게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초로 한 양자역학은 큰 논쟁거리였다.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반대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며 반박했다. 그만큼 양자역학이 고전적인 세계관에 정면으로 대치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되면서 양자역학은 물리학의 주류로 올라섰다. 원자는 두 가지 상태로 동시에 있다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이론이 여러 실험에 의해 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컴퓨터에 들어있는 칩은 엄청나게 많은 원자로 만들어져 있어서, 원자들끼리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양자효과를 지워나가기 때문에 불확정성은 없어지고 철저히 고전물리의 법칙을 따른다. 0과 1을 아무리 복잡한 회로에 통과시켜도 똑같은 결과만 나타내 1+1은 항상 2가 된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입증되면서 전자공학자들과 컴퓨터공학자들은 곤란해졌다. 컴퓨터 부품의 크기를 줄이고 줄여서 아주 작은 원자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칩 내부의 세계는 더 이상 결정론적이지 않고 0과 1의 혼동되면서 데이터가 엉망진창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82년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이런 양자불확정성을 컴퓨터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양자컴퓨터 시대를 열었다.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는 용량이 커지면 계산공간이 비례적으로 늘어나지만, 양자 컴퓨터는 용량이 커지면 계산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디지털 컴퓨터는 하나의 비트에 하나의 정보가 저장되니, 천 개의 정보를 저장하려면 천 비트, 만 개의 정보를 저장하려면 만 비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빗은 0과 1의 두 상태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으니 큐빗 n개로 2의 n제곱만큼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어떤 연산을 하면 중첩된 상태는 모두 한꺼번에 독립적으로 연산할 수 있다. 디지털 컴퓨터가 10비트의 연산을 1개의 연산장치로 10번 연산하거나, 10개의 연산장치로 병렬연산을 수행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가 10개의 큐비트를 쓴다면 한꺼번에 10개의 연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2의 10제곱, 1024개의 연산을 수행한다.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컴퓨터의 아이디어를 제시한지 29년이 지난 2011년, 캐나다의 양자컴퓨터 기업 D-Wave Systems에서 최초로 상용화된 양자컴퓨터 D-Wave 1을 개발하였다. D-Wave 1은 128개의 큐빗을 프로세서로 사용하며, 천만 달러, 우리 돈 100억 원을 넘는 가격에 미국의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에서 구입했다. 2013년 D-Wave Systems는 512개의 큐빗을 사용하는 D-Wave 2를 선보였으며,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구글에서 구입하였다. NASA에서는 우주 관련 연구, 구글에서는 인공지능 검색엔진 개발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D-wave 2는 512-qubit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2의 512제곱의 계산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이는 D-wave1 이후 2년 만에 성능이 네 제곱 배 좋아진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발전은 지금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던 방대한 분량의 연산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큐빗을 충분한 시간 동안 유지하고 있지 못하며, 큐빗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여 외부의 전자기장을 모두 차단해야 한다. D-Wave의 비싼 가격은 전자기장을 모두 차단하기 위한 초전도체 사용과 극저온 냉각시스템 때문이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전용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개발되었지만 한정적인 용도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컴퓨터가 그래왔듯이 양자컴퓨터도 빠른 속도로 발전되어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다면, 복잡한 연구를 단숨에 해결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전자회로를 넘어 새로운 컴퓨터가 온다, 양자컴퓨터 |작성자 미래부
출처 http://blog.naver.com/with_msip/22044985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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